"사익을 추구하는 한 기업 때문에 왜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반딧불이가 살아 있는 청정 농촌마을에 레미콘 공장이 들어온다고 해 밤에 잠도 안 옵니다." 12일 오후 가평군 설악면 엄소리. 마을 주민들이 레미콘 제조공장 설립예정지 인근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면서 불안감을 쏟아 냈다.
설악면 레미콘공장 설립허가 반대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성일유니온㈜가 지난해 2월 설악면 엄소리 419번지 일대 야산 1만7000평을 매입해 이곳에 레미콘 제조공장 건립을 추진중이다. 성일유니온㈜는 올해 4월 23일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일부 조건 이행을 전제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이 사업은 이달 하순 열릴 예정인 가평군 도시계획위원회 군계획분과위원회 심의만 남겨두고 있다. 레미콘 제조공장 설립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마을을 옥죄어 오고 있는 셈이다.
레미콘 공장건립 반대는 공장 예정부지 인근인 엄소리와 신천리를 비롯해 최근 1만여 설악면 주민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식수원 오염과 교통체증 문제, 환경오염 등의 심각성이 하나 둘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레미콘 공장 반대운동에 설악면 주민자치위원회, 이장협의회, 새마을지도자회, 노인회, 체육회 등 7개 단체가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대책위는 설악면민 4,000여명의 레미콘 공장 반대 서명도 받아 가평군청 등에 전달했다. 5월 들어서는 가평군청 앞에서 마을이장 등이 돌아가면서 '설악면 레미콘 공장 결사 반대'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최인혁 공동대책위원장은 "공장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레미콘 공장에서 나오는 차량 세척수와 시멘트 성분이 포함된 오염수 등이 지하로 스며들어 미원천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특히 장마나 폭우가 쏟아져 물이 넘칠 경우 오염수를 잘 관리하겠다는 그들의 말을 어떻게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복형 엄소리 이장도 "설악면을 비롯한 가평군 주민들은 수도권 상수원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를 받아 친환경 농사와 관광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레미콘 공장 때문에 정작 설악면 주민들은 오염된 물을 먹어야 할 판"이라면서 "왜 설악면 1만여 주민들이 레미콘 공장 하나 때문에 식수원 오염을 불안해 하면서 살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레미콘 차량으로 인한 교통체중과 사고위험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레미콘 공장측에서는 자갈·모래·시멘트·레미콘 차량 등의 하루 평균 운행량을 142대로 추정해 교통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부수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차량 통행량은 왕복으로 계산해야하기 때문에 하루 최소 300대 가량이 운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차량이 40t급 대형이어서 도로 파손 문제도 크다는 것이다.
레미콘 차량을 하루에 300대만 잡아도 도로 양쪽에 약3분 간격(1일 작업 8시간 기준)으로 대형 차량이 줄지어 운행하게 되는 셈이다. 하루 종일 교통체증이 불을 보듯 뻔하게 예상된다. 주민들은 "레미콘 공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차량이 엄소리 삼거리에서 대기할 경우 설악IC로까지 정체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홍철 설악면주민자치위원은 "고속도로 설악IC에서 레미콘 공장을 오가는 길은 갓길이 없는 2차선으로 좁아 현재도 주말에 차량 정체가 심한데 레미콘 차량까지 추가되면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면서 "더구나 엄소리 삼거리에서 레미콘 공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무신호로 좌회전하는 차량과 반대편 내리막 도로에서 과속으로 오는 차량이 충돌할 경우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도로 구간에서는 이달초 교통사고로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설악면민들은 이밖에도 레미콘 공장이 들어 올 경우 시멘트 분진과 각종 중금속을 포함한 비산 먼지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레미콘 공장이 지금은 소규모로 일단 허가를 받은 다음 앞으로 규모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인혁 공동대책위원장은 "지금 당장은 설립 허가를 받기 위해 레미콘 공장 규모를 공장건물 150평과 야적장을 포함해 4300평으로 소규모로 하고 있지만, 설립 허가 후 공장을 더욱 키울 것으로 우려 된다"면서 "레미콘 공장 부지용으로 주변 야산을 1만7000평이나 구입한 것을 보면 향후 공장 확대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안선영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가평군협의회 부회장은 "이 지역은 자연이 수려해 친환경농산물 생산은 물론 힐링을 위해 찾는 관광객이 많은데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면 누가 이곳을 찾겠느냐"면서 "레미콘 공장이 초기에는 환경관리법 기준에 맞춰 운영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공장 규모를 키우고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평지역에서 아스콘 공장에 대해 폐쇄 명령을 받는 등 문제가 된 레미콘 공장이 왜 설악면에 와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려 하느냐"면서 "우리의 자식들에게 레미콘 공장의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우리의 재산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레미콘 공장 건립 저지에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호산복지신문]=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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