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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41)] 짧지만 소중했던 공무원생활을 마치며

[호산복지신문] | 기사입력 2023/05/07 [13:54]

[이런저런 생각(41)] 짧지만 소중했던 공무원생활을 마치며

[호산복지신문] | 입력 : 2023/05/07 [13:54]

 

난 지난 4월 말로 하남시청 임기제공무원으로서 공보팀 근무에 종지부를 찍었다. 민선7기 후반에 시정홍보전문가로 채용돼 소신을 갖고 보람있게 일했다. 모두들 호흡이 잘 맞아 일이 재밌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시정을 시민들에게 홍보한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몰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시장이 바뀌고부터 심적으로 편하지 않았다. 시청 분위기가 이전에 비해 크게 경직되면서 월급 받고 일한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 공보팀에서의 홍보전문가 역할은 보도자료를 통해 시정을 널리 알리는 것도 있지만, 시장의 업적을 홍보하는 일도 포함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시장 업적 홍보에 더 큰 방점이 찍히면서 처음으로 일이 회색빛처럼 느껴졌다. 좋아하던 일이 ‘감정노동’으로 생각되면서 오래하기 힘들겠다는 예감을 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 4월 30일로 1차 임기 종료 시점이 돼 자의반 타의반 그 자리를 떠났다. ‘울고 싶을 때 뺨 때려 준 격’으로 떠나고 나니 마음이 정말 홀가분하고 좋다.

 

▲ 하남시청 공보담당관 직원들과의 송별식자리. 앞으로 시작될 인생3막을 진정으로 응원해 줬다.

 

그런데도 임기제공무원으로서 약 2년간의 공직 경험은 정말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특히 함께 일했던 15명의 공보담당관 식구들, 그리고 정성을 담아 마련해 준 송별식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고락을 함께했던 몇몇 직원들과는 20여년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함께 맛집 탐방도 하고, 점심때는 우리만의 아지트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없이 고마운 사람들이다. 더불어 지금은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전임 공보팀 직원들에게도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함께 일했던 이들을 통해 시민의 공복으로서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는 공직자들의 모습을 보았다. 일부 그릇된 이들로 인해 모든 공직자가 싸잡아 무사안일하고 복지부동하다고 욕먹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각자 본인의 자리에서 원칙을 지켜가며 묵묵히 일하고 있다. 사회에서는 공무원들을 융통성 없는 집단으로 비난하지만, 바꿔 말하면 공무원마저 원칙없이 이랬다저랬다 하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물론, 정말로 소극적으로 무사안일하게 봉급만 축내는 공무원은 당연히 지탄받아 마땅하다.

 

퇴임식 회식자리에서 난 그들에게 존경하고,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 내가 근무했던 부서 사람들이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공직사회 안에서 직접 경험해보면서 밖에서는 알지 못했던 그들의 애로도 많이 이해하게 됐다. 공직자들이 좀 더 소신껏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채찍은 가하되 편견 없이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봐 줬으면 한다.

 

▪ 박창희 /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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